처음 이두 가지 서비스를 써 봤을 때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카드 대신 휴대폰을 내밀고, 가게에 붙어 있는 작은 QR코드를 찍으니까 바로 결제가 끝났습니다. 현금도, 카드도 안 꺼냈는데 결제 알림이 뜨는 걸 보고 나서야 ‘아, 진짜 계좌이체로 되는 거구나’ 하고 실감이 났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쓴 것은 서울페이+였고, 그 안에 제로페이 시스템이 숨어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다른 점이 많다는 것도 그때부터 하나씩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페이+와 제로페이는 모두 QR코드를 찍어서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둘 다 소상공인, 그러니까 동네 가게 사장님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동네 경제를 좀 더 활발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운영하는지, 어디에 더 집중되어 있는지, 어떤 앱으로 어떻게 쓰는지 등을 따져 보면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서울페이+와 제로페이의 기본 개념

먼저 전체 그림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두 서비스는 겉으로는 비슷합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고, 연결해 둔 은행 계좌에서 바로 돈이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다만 초점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가 다릅니다.

서울페이+는 서울시에서 만든 전용 결제·지역화폐 플랫폼입니다. 특히 서울시에서 발행하는 서울사랑상품권을 사고, 보관하고, 결제하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서울이라는 특정 지역, 그중에서도 서울사랑상품권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제로페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해서 전국적으로 쓰이도록 만든 결제 인프라입니다. 온누리상품권이나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랑상품권, 그리고 일반 계좌이체 방식 결제를 모두 아우르는 큰 틀입니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상품권에만 묶여 있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누가 만들고, 무엇을 위해 운영하는가

서울페이+는 서울시가 중심이 되어 만든 서비스입니다. 서울시 예산과 정책 방향에 맞춰 움직이고, 서울사랑상품권이 잘 유통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역 상권을 살리고자 여러 가지 정책을 펴고 있는데, 서울페이+는 그중에서도 결제와 지역화폐를 담당하는 도구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 운영은 민간 컨소시엄(비즈플레이 컨소시엄 등)이 맡고 있지만, 방향을 잡는 것은 서울시입니다.

제로페이는 중앙정부, 그중에서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합니다. 여기에는 금융결제원, 여러 은행, 간편결제 회사들이 함께 참여합니다. 목적은 하나입니다.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를 최대한 0%에 가깝게 낮추는 것, 그리고 계좌이체 기반 간편결제를 전국적으로 깔아서 누구나 비슷한 방식으로 쉽게 쓰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로페이는 특정 지자체의 전용 서비스라기보다, 여러 앱과 서비스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기반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어떤 상품권과 어떤 앱을 쓰게 되는가

서울페이+는 서울사랑상품권에 맞춰져 있습니다. 서울 각 자치구에서 발행하는 상품권도 크게 보면 모두 서울사랑상품권의 한 종류로 취급됩니다. 서울페이+ 앱 안에서 상품권을 구입하고, 잔액을 확인하고, 결제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서울사랑상품권을 쓰고 싶다면 사실상 서울페이+가 기본 선택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로페이는 범위가 더 넓습니다. 전통시장 등에서 많이 쓰이는 온누리상품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서울 이외 지역 포함)을 제로페이 인프라 위에서 결제할 수 있습니다. 특정 “제로페이 전용 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쓰는 은행 앱이나 간편결제 앱(예를 들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에 제로페이 기능이 들어가 있고, 그것을 통해 결제가 이뤄집니다. 어떤 앱을 쓰느냐는 사용자가 평소에 편하게 쓰는 앱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질 뿐, 바닥에 깔려 있는 시스템은 제로페이로 같습니다.

어디에서 쓸 수 있는가

서울페이+는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서울페이+ 앱 화면으로 상품권을 선택하고, 서울에 있는 가맹점의 QR코드를 찍거나 가맹점에서 제시한 정보를 확인한 뒤 결제하게 됩니다.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은 서울시에 위치한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점, 동네 가게 등이 중심입니다.

제로페이 가맹점은 범위가 더 넓습니다.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등록만 되어 있다면, 전국 어디든 같은 방식으로 QR 결제가 가능합니다. 서울도 포함되지만, 다른 시·군·구에 있는 가게들까지 모두 들어갑니다. 서울페이+ 가맹점은 서울 중심, 제로페이 가맹점은 전국을 아우르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서울페이+와 제로페이의 관계

겉모습만 보면 서울페이+와 제로페이는 서로 다른 서비스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층이 다른 구조에 가깝습니다. 서울페이+ 앱으로 서울사랑상품권을 결제할 때, 그 결제 과정은 제로페이 시스템을 통해 처리됩니다. 다시 말해서 서울페이+는 제로페이 인프라 위에 올려진, 서울 지역화폐에 특화된 전용 서비스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로페이가 도로라면, 서울페이+는 그 도로 위를 달리는 서울시 버스와 비슷합니다. 도로가 없으면 버스도 달릴 수 없고, 버스가 없으면 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제한되는 것처럼, 두 서비스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

이 두 시스템을 쓰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은 바로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사서, 정가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세금 혜택과 편리함이 더해집니다.

1) 지역화폐를 할인된 가격에 구매

서울페이+에서는 서울사랑상품권을 정가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10만 원어치 서울사랑상품권을 9만 원에 살 수 있는 식입니다. 그러면 실제로는 10만 원을 쓰지만, 내 지갑에서 빠져나간 돈은 9만 원이 되는 셈입니다. 다만 할인율은 시기마다, 예산 상황마다 달라질 수 있고, 한 사람당 구매 한도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로페이 인프라를 활용하는 다른 상품권도 비슷한 구조입니다. 온누리상품권이나 여러 지역사랑상품권 역시 일정 비율을 할인해 판매하는 때가 많습니다. 어떤 상품권을 어느 앱에서 살 수 있는지는 각 지자체 정책과 은행·간편결제사 안내를 보고 확인해야 합니다.

2) 소득공제 혜택

계좌이체 기반 결제를 사용하면, 일정 비율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체크카드 사용과 비슷한 수준의 공제가 적용되며, 전통시장이나 대중교통 이용처럼 특정 항목에는 더 높은 공제율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신용카드만 쓰는 것보다 세금 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제 수단을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3) 이벤트와 추가 혜택

서울시나 각 지자체, 그리고 운영사들은 가끔씩 특별 이벤트를 엽니다. 예를 들어, 상품권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추가로 발급해 주거나, 특정 기간 동안 결제 금액의 일부를 포인트나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방식이 자주 사용됩니다. 다만 이런 행사들은 예산과 정책 방향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실제로 이용할 때는 안내 공지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4) 결제 과정의 편리함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지갑을 꺼내 카드로 긁을 필요도 없습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됩니다. 가맹점에 비치된 QR코드를 찍고, 얼마를 결제할지 입력한 뒤, 비밀번호나 생체인증만 하면 결제가 끝납니다. 돈은 미리 연결해 둔 은행 계좌에서 바로 빠져나가므로, 따로 카드 대금 결제를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가맹점 입장

제로페이와 서울페이+가 처음 기획될 때 가장 크게 고려한 대상은 사실 소비자보다 소상공인 가맹점입니다. 특히 카드 수수료를 아끼고 싶은 동네 가게 입장에서, 이 시스템은 꽤 큰 의미가 있습니다.

1) 결제 수수료 부담 완화

제로페이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결제 수수료를 최대한 낮추는 것”입니다. 정책 시기에 따라 세부 비율은 조금씩 조정될 수 있지만, 기본 구조는 이렇습니다. 일정 매출 기준 이하의 소상공인은 수수료가 거의 0%에 가깝고, 매출이 늘어날수록 소폭의 수수료가 붙습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신용카드 수수료율보다는 대체로 낮게 책정됩니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은 같은 금액을 받아도 더 많은 돈을 실제로 건질 수 있고, 그만큼 가격을 낮추거나 서비스 질을 올리는 데 쓸 여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카드 결제 수수료 때문에 부담을 느끼던 가게들이 제로페이를 반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 별도 단말기 없이 QR코드만으로 결제

예전에는 카드 결제를 받으려면 카드 단말기가 꼭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제로페이와 서울페이+는 가게에 QR코드 스티커만 붙여 두면 됩니다. 손님이 자기 휴대폰으로 그 코드를 찍고 결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맹점 쪽에서 복잡한 장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기 비용이나 유지 보수 비용도 줄어듭니다.

3) 빠른 정산

제로페이 결제 금액은 일반적으로 익일에 가맹점 계좌로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물론 주말이나 공휴일, 은행 시스템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 목표는 빠른 정산입니다. 현금 흐름이 중요하고 하루하루 매출이 곧바로 생활과 연결되는 소상공인에게는, 돈이 언제 들어오느냐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4) 고객 유치

할인을 받아 상품권을 산 사람들은, 그 상품권을 쓸 수 있는 가게를 일부러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사랑상품권을 싸게 산 사람은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을, 지역사랑상품권을 산 사람은 그 지역의 가맹점을 찾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가맹점에는 새로운 손님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특히 전통시장이나 동네 상권 입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눈에 보일 정도로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쓰면 좋은가

사용자 입장에서는 “지금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사려고 하는지”, “지금 내 손에 어떤 상품권이 있는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서울에서 서울사랑상품권을 쓰고 싶다면 서울페이+가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서울페이+ 앱 하나로 상품권 구매, 잔액 확인, 결제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쓰려면, 그 지역에서 안내하는 전용 앱이나 제로페이 연동 앱을 확인해야 합니다.

온누리상품권이나 전국 제로페이 가맹점에서의 일반 계좌이체 결제를 활용하려면, 자신이 평소에 잘 쓰는 은행 앱이나 간편결제 앱에 제로페이 기능을 등록해 두는 방법이 편리합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에 본인 계좌를 연결해 두고, 결제 방식에서 제로페이 관련 메뉴를 선택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정리해 보면, 서울페이+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지역화폐 특화 서비스이고, 제로페이는 전국 어디든 깔려 있는 계좌이체 기반 결제 인프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페이+는 제로페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돌아가고, 두 서비스 모두 지역 상권을 살리고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생활 반경과 소비 패턴에 맞춰, 서울페이+와 제로페이를 적절히 섞어 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