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기실 한쪽에서 비만 클리닉 안내지를 처음 마주쳤을 때만 해도, 체중 관리가 이렇게까지 ‘약’ 중심의 이야기로 바뀔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예전에는 운동과 식단 조절이 전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뉴스와 투자 커뮤니티 곳곳에서 ‘위고비’라는 이름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이어트 약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이 약이, 실제로는 거대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국내 기업들의 전략, 그리고 앞으로의 의료 패러다임까지 바꿔가고 있다는 걸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고비와 세마글루타이드, 기본 개념 정리

위고비(Wegovy)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입니다. 주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물질로,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 계열에 속합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원래 2형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Ozempic)으로 먼저 개발되었습니다. 혈당을 조절하는 동시에 식욕을 줄이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추는 작용 덕분에 체중 감소 효과가 매우 크게 확인되었고, 이 효과에 초점을 맞춰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을 넓힌 제품이 바로 위고비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젬픽: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 2형 당뇨병 치료제 (체중 감소는 부가 효과로 시작)
  • 위고비: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 비만 치료에 초점을 맞춘 약
  • 리벨서스(Rybelsus):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형 당뇨병 치료제

이 약들은 모두 GLP-1 수용체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돕고 식욕을 억제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적응증과 용량, 투약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사용 목적이 달라집니다.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의 ‘직접 수혜주’

위고비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노보 노디스크입니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로, 인슐린부터 GLP-1 약물까지 대사질환 치료제를 폭넓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세마글루타이드를 중심으로 한 제품군이 크게 성장하면서, 회사의 시가총액이 유럽 상장사 중 최상위권으로 올라섰습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위고비와 오젬픽의 글로벌 판매 확대가 곧 노보 노디스크 실적과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일라이 릴리: 위고비와 시장을 양분하는 경쟁자

비만 치료제 시장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이름이 따라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오랫동안 당뇨병 치료제 분야에서 노보 노디스크와 경쟁해 왔고, 최근에는 비만 치료제에서도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했습니다.

대표적인 약물이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기반의 마운자로(Mounjaro)와 젭바운드(Zepbound)입니다.

  • 마운자로: 2형 당뇨병 치료제, GLP-1과 GIP 두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제
  • 젭바운드: 같은 성분으로 비만 치료 적응증에 초점을 맞춘 제품

임상 연구 결과에서는 체중 감소 폭이 위고비보다 더 크다는 데이터가 제시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른바 ‘차세대’ 약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마운자로·젭바운드와 위고비가 비만 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새로운 후보 약물을 가진 글로벌 바이오텍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성공은 다른 제약사와 바이오텍에도 강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비슷한 기전이면서도 더 강력하거나 복용이 편한 약물을 개발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입니다.

암젠(Amgen)

암젠은 미국의 대표적인 생명공학 제약회사로, 항체 기반 치료제에 강점을 가진 기업입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비만 후보 약물이 AMG 133(maridebart cafraglutide)입니다.

AMG 133은 GLP-1과 GIP 관련 기전을 동시에 겨냥한 이중 기능 항체 형태로, 초기 임상에서 의미 있는 체중 감소 효과가 보고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임상 데이터에 따라 시장 구도가 달라질 수 있는 잠재 후보 중 하나입니다.

바이킹 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상대적으로 작은 바이오텍이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과 대사질환에 특화된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VK2735는 GLP-1/GIP 이중 작용제 파이프라인으로, 주사제와 경구제 형태 모두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임상 2상 단계에서 상당한 체중 감소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시장에서는 ‘다크호스’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대형 제약사와의 기술 제휴나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켜보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화이자(Pfizer)

화이자는 경구용 GLP-1 계열 약물 개발에 도전했다가, 일부 후보는 부작용과 개발 전략 조정으로 중단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만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성이 워낙 크다 보니 완전히 발을 뗀 것은 아니며, 기전 다변화와 새로운 후보 물질을 중심으로 연구 방향을 재정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GLP-1 도전

국내에는 아직 위고비와 같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GLP-1 약물을 상용화한 회사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비만·당뇨를 동시에 겨냥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꾸준히 개발하는 기업들이 있고, 이들이 장기적으로는 관련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오랫동안 대사질환 분야에 투자해 온 국내 대표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입니다. 과거 GLP-1 수용체 작용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를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GLP-1, 글루카곤, GIP 세 가지를 동시에 표적하는 삼중 작용제 HM15275(코드명)를 개발 중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기존의 이중 작용제보다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 효과를 더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개념으로, 임상 결과에 따라 향후 시장의 관심이 커질 수 있는 파이프라인입니다.

동아에스티

동아에스티는 동아쏘시오그룹의 전문의약품 계열사로, 다양한 분야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 ‘DA-1241’을 2형 당뇨병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을 대상으로 임상 개발 중입니다.

대사 질환과 간질환을 동시에 겨냥한 파이프라인이라는 점에서, 비만 치료제와 직접적인 경쟁이라기보다는 인접 영역에서 GLP-1 기전을 활용하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펩트론

펩트론은 펩타이드 의약품과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기술에 강점을 가진 바이오 기업입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구현한 바이오시밀러 후보 ‘PT403’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위고비 성분과 같은 세마글루타이드를 기반으로 특허 만료 이후 시장 진입을 노리는 전략입니다. 실제 상용화까지는 특허, 규제, 임상 등 여러 관문이 남아있지만, 비만 치료제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CDMO 관점에서 본 간접적인 수혜 가능성

GLP-1 계열 약물은 펩타이드 기반이어서 전통적인 단백질 항체 의약품과는 제조 공정이 조금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 치료제를 포함한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CDMO 기업 중 하나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항체 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을 대량으로 위탁 생산하고 있습니다. 직접 세마글루타이드를 생산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사질환·비만 치료제 등 바이오 의약품 전반의 성장에 따라 생산 의뢰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셀트리온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함께 CDMO 사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GLP-1 약물 그 자체보다는, 바이오 의약품 파이프라인 확대에 따른 생산 수요 증가와 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투자와 리스크, 현실적인 시각

위고비와 같은 비만 치료제는 환자 입장에서는 체중 관리의 새로운 선택지이고, 제약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매출이 기대되는 블록버스터 시장입니다.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몇 가지 현실적인 점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신약 개발 리스크: 임상 중단, 효과 미흡, 부작용 문제 등으로 파이프라인 가치가 급변할 수 있습니다.
  • 경쟁 심화: GLP-1, GIP, 삼중 작용제 등 다양한 기전이 등장하면서 특정 약물의 우위가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정책·보험 이슈: 국가별 보험 적용 여부, 약가 정책 변화에 따라 매출 전망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에서는 ‘위고비 관련주’라는 이름만 보고 접근하기보다는, 각 기업이 실제로 어느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지, 비만 치료 매출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회사의 재무 상태와 연구개발 전략이 얼마나 탄탄한지 차분히 확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