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을 받던 날, 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 창구에 앉아 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적금이냐, 예금이냐를 고민하던 사이 직원이 조심스럽게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권했습니다. 그때는 ‘집을 사게 될 날이 오긴 올까’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때 만든 청약통장이 얼마나 중요한 선택이었는지 실감하게 됐습니다. 주변에서 급하게 목돈이 필요하다고 청약통장을 해지했다가, 나중에 다시 가입하면서 “그동안 쌓아둔 시간이 다 사라져 버렸다”며 아쉬워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통장은 단순한 저축이 아니라는 걸 더 분명히 느끼게 됩니다.

청약통장을 해지하면 무엇이 초기화되는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해지한 뒤 재가입하면, 기존에 쌓아둔 대부분의 혜택과 우선순위가 전부 사라집니다. 말 그대로 새로 만든 통장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가입기간과 납입횟수는 한 번 되돌리면 복구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해지를 고민할 때 꼭 신중하게 판단하셔야 합니다.

가입기간(보유기간) 초기화

민영주택 청약에서 가점제를 적용할 때,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정 기간 이상 유지하면 최대 가점을 받을 수 있는데, 통장을 해지하는 순간 그 기간이 전부 사라집니다.

  • 해지 후 재가입하면 가입기간은 재가입일 기준으로 0일부터 다시 계산됩니다.
  • 예를 들어, 15년 이상 유지하여 가입기간 가점에서 최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통장을 해지하면, 그동안의 기간이 모두 소멸됩니다.
  • 결과적으로 민영주택 청약 시 당첨 가능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납입횟수 초기화

국민주택(공공분양, 공공임대 등)의 경우 납입금액보다 납입횟수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전용면적 40㎡ 초과 국민주택에서는 납입횟수가 사실상 가장 핵심적인 당첨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 통장을 해지하면 기존에 인정받았던 납입횟수는 모두 0회가 됩니다.
  • 재가입 후에는 다시 매달 납입하면서 회차를 쌓아야 하며, 예전에 쌓았던 횟수는 어떤 방식으로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 오랜 기간 꾸준히 납입해온 납입횟수를 한 번에 잃어버리는 셈이므로, 특히 국민주택을 목표로 하는 경우 해지 여부를 매우 신중히 검토해야 합니다.

예치금 기준도 새로 채워야 함

지역과 면적에 따라 정해진 최소 예치금 기준을 충족해야 청약 신청이 가능합니다. 통장을 해지하면 그동안 쌓아놓았던 잔액은 돌려받지만, 새로 가입한 통장에는 잔액이 0원에서 시작합니다.

  • 재가입 후 원하는 지역·면적의 청약을 준비하려면, 해당 조건에 맞는 예치금을 새 통장에 다시 채워 넣어야 합니다.
  • 목돈을 한 번에 넣어서 예치금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렇게 채운 금액은 가입기간이나 납입횟수와는 별도로 취급됩니다.

청약 제한기간은 발생하지 않지만

간혹 통장을 해지하면 별도의 청약 제한기간이 생긴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재당첨 제한이나 청약 제한은 청약에 당첨되었을 때 발생하는 것이며, 통장 해지 자체만으로 별도의 제한기간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 다만, 새 통장으로 청약을 넣으려면 최소 가입기간과 납입횟수를 다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일정 기간 동안 청약 신청이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이자율 측면의 손실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금리는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오래 전에 가입한 통장일수록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율을 적용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지 후 재가입을 하면, 예전 조건은 사라지고 새로 가입하는 시점의 금리가 적용됩니다.

  • 시장 금리가 낮아진 시기에 예전에 만든 통장을 해지하면, 단순한 이자 손실뿐 아니라 장기적인 자산 관리 측면에서도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재가입 시 기간과 자격은 어떻게 계산되는지

기존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다시 가입하면, 금융기관과 청약 시스템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통장으로 인식합니다. 이전 기록은 청약 자격과 가점 산정에 사용되지 않으므로, 모든 기준이 재가입일 기준으로 다시 시작됩니다.

가입기간 산정 기준

가입기간은 재가입한 날짜부터 1일로 다시 카운트됩니다.

  • 예를 들어, 2020년 1월 1일에 가입한 통장을 2024년 1월 1일에 해지하고, 같은 날 새로 가입했다면, 새 통장의 가입기간은 2024년 1월 1일부터 다시 계산됩니다.
  •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 동안 쌓아두었던 가입기간은 가점 산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납입횟수 산정 기준

납입횟수도 마찬가지로 재가입 이후의 납입분부터 다시 1회로 계산됩니다.

  • 예전 통장에서 100회를 넘게 납입했더라도, 해지하는 순간 그 기록은 청약 자격 산정에서 사용되지 않습니다.
  • 국민주택 청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재가입 후 다시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납입해야만 예전 수준의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예치금 산정 기준

예치금은 ‘현재 보유한 통장 잔액’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과거에 다른 통장에 얼마를 넣어두었는지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 재가입한 뒤, 청약을 원하는 주택의 면적과 지역에 맞는 최소 예치금이 새 통장에 실제로 들어 있어야 청약 신청 자격이 생깁니다.
  • 과거 통장에 쌓아두었던 예치금은 해지와 함께 돌려받을 뿐, 청약 자격에는 더 이상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청약 신청이 가능한 시점

새로 가입한 통장으로 언제부터 청약을 넣을 수 있는지는, 주택 종류와 지역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로는 다시 최소 가입기간과 납입요건을 채워야 합니다.

  • 민영주택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도권은 1년 이상, 지방은 6개월 이상 가입이 필요하며(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은 2년 이상 요구되는 경우가 있음), 지역별 예치금 기준도 충족해야 합니다.
  • 국민주택의 경우, 수도권은 1년 이상, 지방은 6개월 이상 가입이 필요하고, 일정 횟수 이상의 납입이 요구됩니다.

실제 적용 기준은 시기·지역·공급 유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 청약을 계획하고 있다면 청약홈이나 금융기관, 공고문을 통해 최신 기준을 반드시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해지를 고민할 때 생각해볼 점들

실제로 주변에서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급한 자금이 필요하거나, 청약으로 집을 살 계획이 전혀 없다고 느낄 때입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상황이 바뀌면 다시 주거 안정이 큰 고민거리가 되고, 그때 잃어버린 가입기간과 납입횟수가 크게 아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당장 필요한 금액이 크지 않다면, 해지보다는 납입액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유지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 이미 오랜 기간 유지해온 통장이라면, 단기간의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 한 번 더 점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향후 몇 년 안에 결혼, 출산, 이사, 부모님 주거지원 등의 계획이 있다면, 청약통장이 생각보다 빨리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막상 창구에 가서 해지 신청서를 쓰려다, 그동안 쌓아온 시간과 기록을 떠올리고 발길을 돌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청약통장은 ‘얼마 넣었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꾸준히 유지했느냐’가 더 중요한 상품이라, 한 번 끊어버리면 다시 쌓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가진 통장의 가입기간과 납입횟수, 앞으로의 주거 계획을 차분히 정리해 본 뒤 결정하시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