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비 오는 날이면,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타고 다시 따릉이를 타고 집에 돌아온 적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교통카드를 찍을 때마다 ‘오늘만 해도 몇 번을 찍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한 번 충전으로 버스, 지하철, 따릉이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써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이렇게 많이 타도 되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지만, 제대로 알고 나니 규칙만 잘 지키면 꽤 알뜰하게 쓸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가 만든 대중교통 정기권입니다. 일정한 금액을 내고 30일 동안 서울 시내 지하철과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요금을 조금 더 내면 따릉이까지 함께 탈 수 있습니다. 이름에 ‘기후’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는, 사람들이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용 방법은 일반 교통카드와 비슷하지만, 사용 범위와 규칙이 있기 때문에 처음 이용할 때는 차근차근 정리해 두면 편합니다.

기후동행카드 요금

기후동행카드는 3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정액제 교통카드입니다. 한 번 충전하면 그날부터가 아니라, 충전할 때 고른 ‘이용 시작일’ 기준으로 30일 동안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월 1일을 시작일로 선택하면 3월 30일까지가 이용 기간입니다.

요금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 62,000원권: 서울 지하철 + 서울 시내버스 무제한 이용
  • 65,000원권: 서울 지하철 + 서울 시내버스 + 따릉이 무제한(1회 1시간 기준) 이용

여기서 ‘무제한’이라는 말은 이용 횟수에 제한이 없다는 뜻이지, 어느 구간이든 전부 공짜라는 뜻은 아닙니다. 서울시에서 정해 둔 지하철·버스·따릉이 이용 범위 안에서는 추가 요금 없이 탈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추가 요금이 붙거나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구간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기후동행카드 종류: 실물카드와 모바일카드

기후동행카드는 손에 들고 다니는 실물카드와, 휴대폰 안에서 사용하는 모바일카드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둘 다 기능은 비슷하지만, 준비 방법과 필요한 기기가 다릅니다.

실물카드 특징과 구매 방법

실물카드는 일반 티머니 교통카드처럼 생긴 카드입니다. 카드 자체를 처음 살 때 한 번만 3,000원을 내면 되며, 이 금액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그 뒤로는 30일 이용권만 따로 충전해 쓰면 됩니다.

실물카드는 다음과 같은 곳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서울교통공사 1~8호선 역사 내 고객안내센터
  • 서울 지하철역 안에 설치된 무인 충전기(티머니 발매·충전기)
  • 일부 편의점(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고객안내센터나 무인 충전기에서는 카드 구매와 함께 30일 이용권 충전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의점에서는 우선 카드를 구입한 뒤, 지하철역 무인 충전기나 고객안내센터에서 30일 이용권을 충전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물카드를 샀다면 가장 중요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티머니 홈페이지나 모바일 티머니 앱을 통해 카드번호를 등록하는 것입니다. 등록을 해 두면,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했을 때 남은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고, 연말정산에서 대중교통비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습니다. 등록을 하지 않으면 카드가 사라졌을 때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모바일카드 특징과 구매 방법

모바일카드는 물리적인 카드 없이, 휴대폰만으로 기후동행카드를 쓰는 방식입니다. 교통카드 기능이 되는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아이폰에서는 현재 기후동행 모바일카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바일카드를 쓰려면 다음 순서를 따르면 됩니다.

  1.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모바일 티머니’ 앱을 설치합니다.
  2. 앱을 실행한 뒤, 메뉴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선택합니다.
  3. 62,000원권 또는 65,000원권 중 원하는 상품을 골라 결제합니다.

결제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계좌이체 등 모바일 티머니 앱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카드는 별도의 카드 가격이 없기 때문에 실물카드를 따로 살 필요가 없으며, 앱 안에서 자동으로 카드 등록까지 되어 잔액 보호나 환불 처리도 비교적 간편합니다.

 

기후동행카드 충전 방법과 이용 시작일 설정

기후동행카드는 ‘충전한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30일 이용권을 다시 사는 것과 같습니다. 이용 기간이 끝나면, 같은 카드에 다시 30일권을 충전해서 이어서 쓸 수 있습니다.

실물카드 충전 방법

실물카드는 다음과 같은 곳에서 충전할 수 있습니다.

  • 서울 지하철역 내 무인 충전기
  • 서울교통공사 1~8호선 역사 내 고객안내센터
  • 일부 편의점(기능 지원 여부는 매장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무인 충전기를 예로 들면, 보통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합니다.

  1. 충전기 화면에서 기후동행카드 메뉴를 선택합니다.
  2. 카드를 단말기에 태그합니다.
  3. 62,000원권 또는 65,000원권을 선택하고, 이용 시작일을 지정합니다.
  4.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하면 충전이 완료됩니다.

고객안내센터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충전할 수 있습니다. 단, 모든 편의점에서 충전이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편의점에서 충전하려면 미리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바일카드 충전 방법

모바일카드는 모바일 티머니 앱 안에서만 충전합니다.

  1. 앱을 실행한 뒤, 기후동행카드 메뉴로 들어갑니다.
  2. ‘충전하기’ 또는 ‘30일권 구매’ 메뉴를 선택합니다.
  3. 상품 종류(62,000원권/65,000원권)와 이용 시작일을 고릅니다.
  4. 결제 수단을 선택해 결제하면 충전이 완료됩니다.

충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 시작일’을 어떻게 정하느냐입니다. 오늘부터 바로 쓰고 싶다면 오늘 날짜를 선택하면 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쓰고 싶다면 그 날짜를 시작일로 지정하면 됩니다. 지정한 날짜가 되기 전까지는 기후동행카드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으니, 출퇴근 일정이나 시험 기간, 방학 계획 등을 생각해서 선택하면 좋습니다.

지하철에서의 이용 범위와 주의할 점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시내’ 대중교통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카드이기 때문에, 지하철도 서울시에서 정한 구간 안에서만 무제한 이용이 가능합니다. 같은 노선이라도 서울을 벗어나는 구간에서는 추가 요금이 붙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노선별로 어느 구간까지 가능한지 대략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전체 노선을 모두 외울 필요는 없고, 기본 원칙만 기억하면 됩니다. 승차역과 하차역이 모두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적용 구간 안에 있어야 합니다. 중간에 서울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경우나, 아예 경기도·인천 쪽 역에서 타거나 내리는 경우에는 무제한 이용 혜택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 서울 지하철 1~9호선, 우이신설선, 신림선 등 서울시 노선은 서울 구간 안에서는 이용 가능합니다.
  • 공항철도는 서울역~김포공항 구간까지만 이용 가능하며, 김포공항 이후 인천 방향(계양, 검암, 영종, 인천공항 등)은 기후동행카드로 무제한 이용이 되지 않습니다.
  • 신분당선은 별도 요금 체계를 사용하는 노선으로, 기후동행카드 무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 경강선(판교~여주)처럼 수도권 외곽으로 나가는 노선도 기후동행카드 무제한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또한, 일부 광역전철 노선(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경춘선 등)은 서울 구간과 경기·인천 구간이 섞여 있습니다. 이 경우 서울 시내에 있는 역에서 타고 서울 시내에 있는 역에서 내리면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있지만, 서울 밖 역에서 승·하차하면 추가 요금이 붙거나 적용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역별 적용 여부는 서울시 안내 자료나 역 안내문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핵심은, 타는 곳과 내리는 곳이 둘 다 기후동행카드 적용 구간 안에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쪽이라도 서울 밖으로 벗어나면 무제한 혜택이 부분적으로만 적용되거나, 별도 운임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버스에서의 이용 범위와 구분 방법

버스는 노선 색깔과 면허 지역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기후동행카드로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버스는 ‘서울 시내버스’입니다.

기후동행카드로 이용 가능한 버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 파랑색 간선버스
  • 초록색 지선버스
  • 노란색 순환버스
  • 빨간색 광역버스 중 서울 면허 버스
  • 서울 마을버스

이 버스들은 대부분 버스 옆면이나 앞쪽에 ‘서울’ 표기가 되어 있고, 번호판이나 안내문에도 서울시 버스임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다음과 같은 버스는 기후동행카드로 무제한 이용이 되지 않거나,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경기도 면허 버스(번호 앞에 ‘경기’ 표기가 있거나, 경기 광역버스로 불리는 노선)
  • 인천광역시 면허 버스
  • 공항버스 전 노선
  • 타 시·도에서 발급받은 면허로 운행하는 심야버스

특히 빨간색 광역버스의 경우, 겉모습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습니다. 번호판과 버스 외부 표기를 보면 어느 지자체 면허인지 확인할 수 있으니, 처음에는 버스 정류장 안내판이나 버스 외관을 유심히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따릉이 이용 방법과 주의사항

65,000원짜리 기후동행카드를 선택하면, 서울 자전거 ‘따릉이’ 이용이 포함됩니다. 이 상품은 따릉이 앱에서 별도로 정기권을 사지 않아도, 30일 동안 따릉이를 반복해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전거를 자주 타는 사람에게 특히 유리합니다.

이용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휴대폰에 ‘따릉이’ 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합니다.
  2. 앱 설정 메뉴에서 기후동행카드를 등록하거나 연동합니다. 실물카드는 카드번호를 입력해서 등록하고, 모바일 기후동행카드는 연동이 자동으로 되는 방식이 제공될 수 있습니다.
  3. 자전거 대여소에서 앱으로 자전거를 선택해 대여할 때, 결제 또는 이용권 선택 부분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선택합니다.

기후동행카드로 제공되는 따릉이 이용 혜택은 ‘1회 대여 시 1시간 이내 이용’입니다. 30일 동안 이런 1시간 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1시간을 넘기면 초과 사용 시간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붙으니, 이용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면 중간에 반납했다가 다시 빌리는 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62,000원권 기후동행카드로는 따릉이 혜택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까지 함께 이용할 계획이라면 처음부터 65,000원권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환불과 잔액 정산 방식

기후동행카드는 원래 30일 동안 사용하기로 하고 구입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사용 중간에 환불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예외적으로 환불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환불이 가능한 경우는 다음과 같은 상황입니다.

  • 이용 시작일이 되기 전에 마음이 바뀌어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경우
  • 사용 기간 중 개인 사정으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해 재발급을 받는 과정에서 잔액 정산이 필요한 경우

환불을 신청하려면 서울교통공사 1~8호선 역사 내 고객안내센터를 방문해야 합니다. 카드 판매처나 충전한 편의점에서 바로 환불을 처리하는 방식은 아니므로, 환불이 필요하다면 역 안내센터를 찾아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환불 금액은 단순히 남은 날짜 비율대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일수만큼 일별 요금을 뺀 뒤 수수료 500원을 제외하고 돌려주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예를 들어, 30일 중 10일을 사용했다면, 10일치 금액과 수수료를 뺀 나머지가 환불 가능한 금액이 되는 식입니다. 다만 이미 사용한 교통비가 충전한 금액보다 많을 정도로 많이 사용했다면, 추가 환불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부 계산 방식은 시기와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환불이 필요할 때 안내센터에서 정확한 설명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추가 정보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들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먼저, 카드 등록을 완료하면 연말정산에서 대중교통비의 일정 비율을 소득공제로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실물카드는 티머니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카드번호를 등록해야 이용 내역이 남기 때문에, 구매 후 바로 등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또한, 카드 사용 내역이나 남은 이용 기간이 궁금할 때는 티머니 홈페이지나 모바일 티머니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이용 기간인지, 하루에 몇 번 정도 사용했는지 등을 살펴보면, 자신의 이동 패턴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외국인도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 한 달 정도 머무르면서 지하철과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일반 교통카드보다 기후동행카드가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앞으로 더 짧은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나, 수도권 다른 지역과 연계된 상품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지면, 서울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기후동행카드로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기후동행카드는 교통비를 절약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도시의 이동 방식을 조금씩 바꾸어 가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잘만 활용하면, 지갑 부담을 줄이면서도 버스, 지하철, 자전거를 자연스럽게 더 많이 이용하게 됩니다. 사용 범위와 규칙을 한 번 정리해 두면, 이후에는 일반 교통카드처럼 가볍게 태그만 하고 다니면서도 보다 자유롭게 서울을 오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