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동센터에서 공부방 봉사를 하던 때, 중학교 2학년이던 한 아이가 “선생님, 저는 커서 대학 갈 돈이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던 장면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집 형편이 어렵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인지, 꿈을 말하면서도 스스로 선을 긋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때 센터 선생님이 디딤씨앗통장 이야기를 꺼내 주었고, 아이가 “그럼 제가 지금부터 모으면 정말 도움이 되겠네요?”라며 표정이 밝아지던 순간, 제도 하나가 한 아이의 생각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때 직접 정리해 두었던 자료와 이후 보완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디딤씨앗통장(아동발달지원계좌)란
디딤씨앗통장은 취약계층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일정 금액을 꾸준히 저축하면, 그 금액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매칭해 주는 아동 자산형성 지원 사업입니다. 예를 들어 매달 5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최대 5만 원을 함께 적립해 주어, 혼자 모으는 것보다 훨씬 큰 자립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아동이 만 18세 이후 학업, 취업 준비, 주거 마련 등 자립을 위한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어, 실제로 사회에 나갈 때 필요한 ‘첫 출발 자금’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공식 명칭은 ‘아동발달지원계좌(CDA)’이지만, 현장에서는 지금도 ‘디딤씨앗통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디딤씨앗통장의 핵심 목적
디딤씨앗통장은 단순히 돈을 모아주는 제도가 아니라, 취약계층 아동이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 빈곤의 대물림을 줄이기 위한 자립자금 마련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거나, 기술을 배우지 못해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디딤씨앗통장은 이 시기에 꼭 필요한 학자금, 직업훈련비, 자격증 취득비, 전·월세 보증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 주어, 다음 세대가 같은 어려움을 반복하지 않도록 돕고자 합니다.
- 어릴 때부터 저축 습관과 금융 경험 제공
스스로 저축한 금액에 따라 정부가 매칭해 주기 때문에, 아이가 “내가 3만 원을 모으면, 나라에서 3만 원을 더 넣어주는구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저축의 중요성을 배우고, 돈을 계획적으로 쓰는 습관을 익히게 됩니다.

가입 대상과 자격 조건
디딤씨앗통장은 만 18세 미만의 아동 중 아래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 가입이 가능합니다. 실제로는 보호자나 시설에서 대부분 신청을 도와주지만, 대상 기준을 알고 있으면 주변 아동에게 안내해 줄 수 있습니다.
-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 아동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고 있는 가구의 아동이 해당됩니다.
- 차상위계층 아동
기초생활수급 대상은 아니지만,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인 가구의 아동입니다. 예를 들면 차상위 자활, 차상위 본인부담경감, 차상위 장애수당·장애인연금 수급 가구, 한부모가족 등입니다.
- 아동복지시설 보호 아동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아동보호치료시설, 자립지원시설,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보호를 받는 아동이 포함됩니다. 실제로 시설에서 일괄로 가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가정위탁 보호 아동
친부모가 아닌 위탁가정에서 보호를 받는 아동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이 경우 위탁부모가 보호자 자격으로 신청을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 그 밖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아동
위 기준에 딱 맞지는 않지만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아동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세부 기준과 적용 여부는 지자체와 복지부 지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관할 행정복지센터에서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저축과 정부 매칭 구조
디딤씨앗통장의 가장 큰 장점은 “얼마나 열심히 모으느냐”에 따라 정부 지원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구조를 알고 계획적으로 저축하면, 같은 기간에도 더 많은 자립자금을 만들 수 있습니다.
1. 아동·보호자·후원자의 저축
아동 본인, 부모나 보호자, 또는 후원자가 월 5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습니다. 특정 날짜에 꼭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월 일정 금액을 꾸준히 넣는 것이 좋습니다.
- 월 최대 저축 가능액: 5만 원(정부 매칭을 온전히 받기 위한 기준)
- 최소 저축액: 별도 하한선은 없으나, 금액이 적으면 그만큼 정부 매칭도 줄어듭니다.
2. 정부(지자체)의 1:1 매칭 지원
아동이 저축한 금액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월 최대 5만 원 한도 내에서 1:1로 추가 적립을 해 줍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적립됩니다.
- 아동이 월 3만 원 저축 → 정부가 월 3만 원 매칭
- 아동이 월 5만 원 저축 → 정부가 월 5만 원 매칭
- 아동이 월 7만 원 저축 → 정부는 월 5만 원까지만 매칭 (초과분은 본인 적립금으로만 반영)
정부 매칭 지원은 원칙적으로 아동이 만 18세가 되는 달까지 가능합니다. 실제 지원 기간과 한도는 사업 예산·지침에 따라 일부 변동될 수 있어, 가입 시점에 행정복지센터에서 정확한 설명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3. 최종 적립금의 구성
만 18세가 되었을 때 통장에 쌓이는 금액은 다음 세 가지가 합쳐진 금액입니다.
- 아동 적립금: 아동, 보호자, 후원자가 실제로 저축한 돈
- 정부 매칭금: 아동 저축액에 맞춰 정부와 지자체가 1:1로 적립한 돈
- 이자: 금융기관에서 적립금 전액에 대해 붙는 이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예상 금액을 계산해 보면, “내가 모은 돈의 두 배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저축 의욕이 확실히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쓸 수 있는지
디딤씨앗통장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당장 꺼내 쓸 수 없는 돈’이라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간혹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이 제한 덕분에 성인이 되었을 때 비교적 큰 목돈이 남게 됩니다.
1. 인출 가능한 시기
원칙적으로 아동이 만 18세가 된 이후에 인출할 수 있습니다. 그 전에 긴급한 사유로 돈이 꼭 필요할 경우, 지자체 심사와 승인을 거쳐 일부 사용이 허용되는 예외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은 ‘성인 이후 자립 목적 사용’입니다.
2. 허용되는 사용 용도
적립금은 아무 용도로나 인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립과 직접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인출 전에는 반드시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하며, 대표적인 사용 용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학자금 및 교육비
대학교·전문대학 등록금, 특성화고·직업학교 등록금, 기술교육기관 수강료, 자립을 위한 직업 관련 학원비 등입니다.
- 기술·자격 취득 및 취업훈련비
국가기술자격증 취득 비용, 직업훈련 과정 수강료, 어학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비 등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비용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창업 준비 자금
소규모 사업을 시작해 보려는 경우, 사업계획서 등을 제출해 심사를 통과하면 초기 창업비 일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주거 마련 비용
사회에 나와 독립할 때 필요한 전세·월세 보증금, 임대주택 계약 보증금, 경우에 따라 주택 구입을 위한 일부 자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의료비 등 긴급하게 필요한 비용
예기치 못한 큰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큰 경우, 지방자치단체 심의를 통해 자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되면 의료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그 밖의 자립지원 목적
위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지자체 심의 결과 아동의 자립과 독립에 꼭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용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3. 인출 절차와 주의사항
적립금을 사용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 자금 사용 계획서를 작성하여 주민등록상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제출
- 지방자치단체의 승인 후, 승인된 목적과 범위 내에서만 사용
- 사용 후 영수증, 계약서 등 증빙 서류를 제출해 사용 내역 확인
승인받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거나, 사용 내역을 허위로 보고한 경우에는 지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가 환수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해서, 실제로는 인출 전에 담당 공무원과 여러 번 상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청 방법과 준비 서류
취약계층 아동이라면 대부분 담당 사회복지사나 시설 선생님이 먼저 디딤씨앗통장을 안내해 주지만, 직접 알아보고 신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1. 누가 신청할 수 있는지
- 보호자: 친권자, 후견인, 위탁부모 등 법적 보호자
- 아동복지시설장: 시설에서 보호 중인 아동의 경우 시설장이 일괄 신청
- 상황에 따라, 만 14세 이상 아동이 보호자 동의 하에 동행·동의 절차를 거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어디에서 신청하는지
아동의 주민등록상 주소지 관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를 방문해 신청하면 됩니다. 같은 시·군·구 안이라도 주소지에 따라 관할 센터가 정해져 있으니, 이 점만 확인하면 됩니다.
3. 준비해야 할 기본 서류
지자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신청인(보호자)의 신분증
-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기본증명서
- 소득 및 재산 증빙 서류(해당 시)
- 아동복지시설 입소(보호) 증명서(시설 아동의 경우)
정확한 서류 목록은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미리 전화해 확인한 뒤 방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준비 서류가 부족해 다시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문의 및 상담 가능한 곳
대상 여부가 애매하거나,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할 때는 직접 문의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특히 제도는 해마다 조금씩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보건복지부 상담센터(129)
국번 없이 129로 전화하면 디딤씨앗통장(아동발달지원계좌)에 대한 기본 안내와 거주지 기준의 보다 자세한 상담 창구를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이 번호는 실제 보건복지부 대표 상담 번호로, 복지 관련 문의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 거주지 관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가장 구체적인 내용(현재 지원 기준, 지자체 추가 지원 여부, 준비 서류, 신청 가능 시기 등)은 실제 거주지 관할 주민센터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방문 전 전화로 “디딤씨앗통장(아동발달지원계좌) 담당자 연결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면 담당자와 바로 통화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 아동센터에서 만났던 그 중학생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통장을 꾸준히 채워 갔고, 20살이 되던 해에 디딤씨앗통장으로 모은 돈을 일부 꺼내 자격증 교육비로 사용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적금 드는 건 줄 알았는데, 졸업할 때 이 돈이 있어서 정말 든든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같은 상황에 놓인 더 많은 아이들이 이 제도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금도 자주 하게 됩니다.